WTI와 브렌트유는 국제 원유 거래에서 널리 사용하는 가격 기준이다. 원유는 산지와 품질, 운송·인도 조건이 달라 전 세계에 하나의 가격만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거래를 비교하고 가격을 정할 때 대표 기준인 벤치마크를 사용한다.
WTI는 미국의 원유 시장, 브렌트는 북해에서 출발한 국제 거래 체계와 연결된다. 그러나 ‘미국산 한 종류 대 영국산 한 종류’만으로 현재의 가격 기준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이 글의 목차
- 같은 원유인데 왜 품질을 나눌까?
- WTI는 텍사스에서만 거래할까?
- 브렌트는 아직 북해 원유만을 뜻할까?
- 현물 브렌트와 브렌트 선물은 같은 숫자일까?
- 두 가격을 비교할 때 무엇이 같아야 할까?
- 실제로 WTI 가격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있을까?
- 저장탱크에 빈자리가 보이면 누구나 쓸 수 있을까?
- 어느 쪽이 더 비싸야 정상일까?
같은 원유인데 왜 품질을 나눌까?
원유는 땅속에서 나오는 그대로 모두 같은 성분을 가진 상품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지 무거운지, 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등이 다르다.
경질·중질은 밀도와 관련된 구분이고, 저유황·고유황은 황 함량과 관련된 구분이다. 영어의 sweet와 sour도 원유의 맛이 아니라 황 함량을 구분하는 표현이다. WTI와 브렌트는 대표적인 경질·저유황 원유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는 주요 기준유로 브렌트, WTI, 두바이·오만을 설명한다. 두바이·오만은 중동에서 아시아로 공급되는 원유의 가격 기준과 관련된다. 품질과 거래 지역이 다른 원유를 하나의 가격으로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WTI는 텍사스에서만 거래할까?
WTI는 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지만, 대표 선물계약의 인도 지점은 오클라호마주의 쿠싱이다. 인도는 거래 약정에 따라 실제 원유를 넘겨주는 것을 뜻한다.
CME의 WTI 선물 설명은 실물 인도를 중요한 특징으로 소개한다. 만기까지 남은 포지션은 계약 조건에 따라 쿠싱에서 실제 원유를 주고받는 의무로 이어질 수 있다. 선물은 특정한 미래 시점의 거래 조건을 지금 정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WTI 가격에는 단순히 ‘미국에 원유가 얼마나 있나’뿐 아니라 계약이 연결되는 인도 지점과 물류 구조도 관련된다. 이름의 지명과 선물의 실제 인도 장소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혼동하기 쉽다.
브렌트는 아직 북해 원유만을 뜻할까?
브렌트 가격 체계는 시간이 지나며 여러 원유를 반영하도록 바뀌었다. 특히 Platts의 현물 가격 평가인 Dated Brent에는 2023년 미국산 WTI Midland가 추가됐다.
S&P Global의 2023년 5월 2일 발표는 6월 인도 물량부터 미국산 WTI 미들랜드의 거래가 Dated Brent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당시 바스켓에는 Brent, Forties, Oseberg, Ekofisk, Troll, WTI Midland의 여섯 원유가 포함됐다.
바스켓은 가격 평가에 반영되는 대상 묶음이다. 따라서 오래된 자료의 ‘브렌트는 북해 원유 네 종류’라는 설명은 당시 구성에 관한 정보이지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정의가 아니다.
또한 WTI Midland와 쿠싱 인도 WTI 선물은 같은 이름의 일부를 공유해도 거래 지점과 조건이 다르다. 미국산 원유가 브렌트 기준에 들어갔다고 두 선물가격이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물 브렌트와 브렌트 선물은 같은 숫자일까?
Dated Brent는 실물 원유 거래와 연결된 가격 평가이고, ICE Brent 선물은 거래소 계약이다. 둘은 관련된 가격 체계이지만 동일한 상품이나 동일한 산식은 아니다.
ICE 상품 설명에서 브렌트 선물은 EFP 인도를 기반으로 하면서 현금 결제 선택권이 있는 계약이다. EFP는 선물 포지션과 실물 거래를 연결해 교환하는 방식이다. 현금 결제는 실제 원유 대신 정해진 기준 가격에 따른 금액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ICE 브렌트 선물의 계약 단위는 1,000배럴이고 달러로 가격을 표시한다. 뉴스에서 보는 배럴당 가격은 전체 계약 금액과도 구분된다. ‘배럴당 얼마’와 ‘계약 한 개가 나타내는 물량’은 다른 단위다.
두 가격을 비교할 때 무엇이 같아야 할까?
| 비교 항목 | 서로 다를 수 있는 내용 |
|---|---|
| 원유 기준 | WTI, Brent, Dubai/Oman 등 |
| 시장 형태 | 현물 가격 평가 또는 선물 거래 가격 |
| 거래 시점 | 같은 날인지, 서로 다른 시각인지 |
| 선물 만기 | 어느 월에 연결된 계약인지 |
| 단위 | 배럴당 달러인지, 다른 통화·물량 단위인지 |
같은 WTI라도 월물이 다르면 서로 다른 계약이다. 월물은 계약이 연결된 월을 뜻한다. 현재 가까운 만기의 가격과 더 먼 만기의 가격을 같은 상품의 같은 시점 가격처럼 비교할 수는 없다.
EIA의 현물 가격 통계는 일별 가격을 바탕으로 주간·월간·연간 값을 산출할 때 해당 기간 일별 종가의 단순 평균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일중 가격 하나와 월평균을 나란히 놓으면 집계 방식부터 다르다.
실제로 WTI 가격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있을까?
2020년 4월 20일 WTI 2020년 5월물은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정산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CFTC의 당시 중간 보고서 안내가 확인하는 수치다. 이는 세계 모든 원유의 가격이 동시에 마이너스가 됐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계약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실물 인도와 연결된다는 조건이 중요했다. EIA는 수요 급감과 저장 여력 제약 속에서 일부 보유자가 인도 부담을 피하려 포지션을 정리하며 상대에게 돈을 주는 가격까지 받아들였다고 설명한다.
다만 CFTC는 개별 가격 움직임의 최종 원인 규명이 중간 보고서의 범위는 아니라고 명시했다. ‘저장 공간 때문이었다’는 한 문장만으로 모든 거래와 원인을 확정하는 것은 자료의 범위를 넘어선다.
저장탱크에 빈자리가 보이면 누구나 쓸 수 있을까?
EIA가 설명한 또 다른 구분은 물리적으로 빈 공간과 새로 계약할 수 있는 공간이다. 탱크가 완전히 차지 않았더라도 남은 공간이 이미 다른 이용자에게 임대되거나 배정됐다면 신규 인도 물량을 받을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
또한 당시 더 먼 만기의 WTI와 다른 기준유에는 양의 가격이 남아 있었다. 같은 원유 시장 안에서도 만기와 인도 장소, 보관 계약이 다른 가격을 만든 사례다. ‘국제유가’라는 한 단어가 이런 조건을 생략하면 실제 사건의 범위를 오해하기 쉽다.
어느 쪽이 더 비싸야 정상일까?
두 기준 사이의 가격 차이를 스프레드라고 부른다. 품질만으로 고정된 차이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 물류, 인도 조건이 달라 가격 차이도 변할 수 있다.
EIA의 기준유 설명과 CME의 실물 인도 구조를 함께 보면, 원유의 성질과 그 원유가 어느 시장에서 어떤 조건으로 거래되는지를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기준유는 세계 모든 원유를 같은 가격으로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원유 가격을 연결하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올랐다’는 말은 대개 특정 기준유와 거래 가격의 변화를 줄여 표현한 것이다. WTI와 브렌트가 함께 보도되는 이유는 두 숫자가 중복 정보여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거래 체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기준유·품질·지역: EIA, Benchmarks play an important role in pricing crude oil
- 쿠싱 실물 인도: CME Group, Delivery of WTI futures
- 브렌트 바스켓 변경: S&P Global Platts, Platts Dated Brent Now Reflects WTI Midland Crude Oil
- 브렌트 선물 조건: ICE Futures Europe, Brent Crude Futures
- 현물 통계의 집계 방식: EIA, Spot Prices for Crude Oil and Petroleum Products
- 2020년 음수 가격과 저장 조건: EIA, Low liquidity and limited available storage pushed WTI crude oil futures prices below zero, 2020-04.
- 정산 가격 교차확인·조사의 한계: CFTC, Interim report on April 20, 2020 WTI trading, 2020 — 5월물 -37.63달러 및 최종 원인 규명 제외 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