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왜 다르게 움직일까?

원유 가격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서로 관련되지만 같은 상품의 같은 단계 가격은 아니다. 원유는 정제하기 전의 원료이고, 휘발유는 정유시설에서 생산해 유통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이다.

국제 원유 가격이 내려간 날에도 동네 주유소 가격은 그대로일 수 있다. 그 차이를 설명하려면 원료와 제품, 달러와 원화, 도매와 소매, 가격 변화의 시점을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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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를 싸게 사면 휘발유도 같은 비율로 싸질까?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는 휘발유 소매가격을 원유 비용, 정제 비용과 이익, 유통·판매 비용과 이익, 세금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원유는 중요한 요소지만 최종 판매가격 전체는 아니다.

이는 원유 가격의 변화율을 주유소 가격에 그대로 곱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원료 가격만 변하고 다른 요소가 그대로라면 전체 가격의 변화율은 원료 가격의 변화율과 달라진다.

다만 EIA가 제시하는 미국의 세금 비율이나 지역별 가격 구성은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가격을 구성하는 항목의 구분과 특정 국가·연도의 구성 비율은 다른 정보다.

원유 시장과 휘발유 시장은 왜 따로 움직일까?

정유시설은 원유를 처리해 휘발유, 경유 등 여러 제품을 만든다. EIA의 석유제품 생산 설명은 설비 구성에 따라 제품 생산 구성을 조절할 여지가 다르며, 특정 제품의 생산 비중을 단기간에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다룬다.

휘발유 가격에는 휘발유 자체의 수요와 공급도 영향을 준다. 원유를 확보할 수 있어도 정유시설의 가동이 줄거나 제품 운송에 문제가 생기면 필요한 지역에 휘발유가 부족해질 수 있다.

반대로 원유 가격 변화가 작아도 휘발유 수요나 재고가 변하면 제품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EIA는 정유시설·송유관 차질과 재고 변화, 계절 수요와 제품 규격 변화 등을 이런 요인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원유가 내렸는데 휘발유는 왜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에는 원유 가격 외에 제품 시장의 상황도 들어간다. 모든 차이를 정유사의 이익 변화 하나로 환산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는 환율이 하나 더 들어간다

국제 원유·제품 가격은 흔히 달러로 표시되지만 국내 소비자는 원화로 결제한다. 달러 표시 가격과 원화로 환산한 비용은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원화 환산액은 달러 금액에 원/달러 환율을 적용한 값이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달러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환율 상승이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반대 방향의 변화도 가능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6년 연구는 국내 석유제품 도매가격의 관련 요인으로 국제제품가격, 환율, 국내 수급 상황을 설명한다. 이 문헌은 당시 가격 구조를 분석한 자료이며, 현재의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고정 계산식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국제 가격이 바뀌는 날 바로 반영되지 않는 이유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사이에는 시차가 생길 수 있다. EIA는 도매 현물가격의 변화가 소매가격에 즉시 전부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한다.

제품을 공급받고 보유 재고를 판매하는 과정, 거래 조건과 가격 조정 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유소마다 같은 순간에 같은 가격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시차는 항상 정확히 며칠 뒤에 같은 금액이 반영된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 시기의 관측된 평균 반영 기간을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없다. 원유를 운반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으로 소매가격의 조정 속도를 설명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정제마진과 주유소 이익은 같은 말일까?

원유와 석유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는 정제 과정의 수익성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이 차이가 곧 정유사의 최종 순이익이라는 뜻은 아니다. EIA가 구분하는 정제 부분에는 비용과 이익이 함께 들어간다.

주유소의 판매가격과 매입가격 사이의 차이에도 운영비가 포함된다. 임차료, 인건비, 설비와 판매 관련 비용 등을 제외하기 전의 차액을 그대로 순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가격·차액아직 구분해야 하는 것
원유 가격정제 전 원료의 가격
휘발유 도매가격제품 생산과 도매 단계의 가격
주유소 판매가격최종 소비자가 지급하는 가격
매입·판매 차액비용을 차감하기 전인지 이후인지

같은 지역의 주유소에서도 가격이 다를 수 있다. EIA의 미국 시장 설명은 입지, 공급 경로, 주변 경쟁과 운영비의 차이를 다룬다. 이는 개별 업체의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구조를 설명하지만, 특정 한국 주유소의 이익률을 알려주는 자료는 아니다.

정유사 평균가격과 주유소 평균가격은 계산법도 다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은 정유사 등 공급 단계의 가격을 판매물량 가중평균으로, 주유소 판매가격을 단순 산술평균으로 집계한다고 설명한다. 가중평균은 거래량이 많은 가격에 더 큰 비중을 주고, 단순 산술평균은 각 가격을 더해 개수로 나누는 방식이다.

오피넷의 정유사 공급가격 안내는 내수매출액을 내수판매량으로 나누며, 일반대리점·직영을 제외한 주유소·일반판매소에 판매한 물량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이 평균을 특정 주유소가 실제로 매입한 가격이라고 볼 수는 없다.

두 통계의 차이를 그대로 빼서 전국 주유소의 순이익이라고 계산할 수도 없다. 조사 대상과 가중 방식이 다르고, 같은 시점에 같은 물량을 연결한 개별 거래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본 운영비도 남는다.

달러 평균가격에 평균환율을 곱하면 같은 원화가격일까?

오피넷은 국제 석유제품가격의 원화 환산에서 한국은행 ECOS의 원/미국달러 매매기준율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주·월·연 평균은 일별 달러 가격에 그날 환율을 적용한 뒤 그 원화 값들을 평균낸다.

이 방식은 기간의 달러 평균가격에 기간 평균환율을 한 번 곱하는 계산과 다를 수 있다. 가격이 변한 날과 환율이 변한 날의 조합이 일별 계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달러 가격과 환율이 각각 같아 보이는 평균 자료라도 계산 순서가 다르면 원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구분은 어느 가격이 조작됐다는 뜻이 아니다. 통계의 조사 시점과 평균 방식, 환산 순서가 서로 다른 정보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유소 가격을 국제 가격과 연결할 때 상품뿐 아니라 통계의 정의도 함께 달라진다.

‘오를 때 빠르고 내릴 때 느리다’는 말은 연구된 주제다

가격 상승과 하락 때 반영 속도나 크기가 다른 현상을 가격 비대칭성이라고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6년 연구는 서울시 주유소 자료와 판매자·소비자 행태를 분석했고, 지역별로 가격 변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가격 차이를 단순한 운송 시간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경쟁과 소비자의 가격 탐색 같은 요인도 다룬다. 다만 과거 서울 표본의 결과가 오늘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같은 크기로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가격 조정이 느리다는 관찰과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정은 다른 단계다. 특정 시기의 비대칭성이나 담합 여부를 단정하려면 해당 기간의 가격 자료와 경쟁 조건에 대한 별도 분석이 필요하다.

원유 가격과 주유소 가격은 연결돼 있지만 일대일로 움직이지 않는다.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 제품 수급, 환율, 세금과 유통비, 조정 시점이 각각 가격에 반영된다. 뉴스 속 배럴당 가격과 주유소의 리터당 가격 사이에는 상품과 거래 단계의 차이가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