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은 회사가 빚을 약속대로 갚을 능력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의견이다. 상품의 인기도나 회사의 사회적 평판, 앞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을 종합한 점수가 아니다.
AAA가 높은 등급이라는 사실은 익숙하지만, ‘무엇의 등급인가’가 먼저 구분돼야 한다. 회사 전체의 상환 능력을 평가한 등급과 특정 채권을 평가한 등급은 대상이 다르다. 장기 채무와 단기 채무에 쓰는 기호도 같지 않을 수 있다.
이 글의 목차
- 회사의 신용도와 채권의 신용도
- AAA·AA·A·BBB는 어떻게 이어질까?
- 재무제표의 숫자만 넣으면 자동으로 나올까?
- ‘안정적’이 붙으면 등급이 바뀌지 않을까?
- 같은 AAA라도 나라가 다르면 같은 의미일까?
- 부도가 날 가능성과 부도 뒤 돌려받을 금액
- 등급표와 과거 부도율표는 같은 자료일까?
- 등급은 무엇을 알려주지 않을까?
회사의 신용도와 채권의 신용도
기업신용평가인 Issuer Rating은 발행자의 전반적인 금융채무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한국신용평가도 기업신용평가를 특정 상품의 가격 평가가 아니라 전반적인 상환 가능성에 대한 평가로 설명한다.
한편 채권은 같은 회사에서 발행됐더라도 담보와 보증, 선후순위 등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신용평가 대상이 ‘기업’인지 ‘이 채권’인지 구분하는 이유다. S&P 역시 발행자와 개별 채무의 신용도를 구분해 설명한다.
주식 수익률과도 별개다. 빚을 갚을 능력이 높다는 평가가 이미 비싼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이 더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상환 능력과 매입 가격의 적정성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AAA·AA·A·BBB는 어떻게 이어질까?
한국신용평가의 장기 등급은 AAA에서 D까지 구분된다. AAA는 전반적인 상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등급이 내려갈수록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에 취약한 정도가 커진다.
장기 등급의 큰 구분은 AAA, AA, A, BBB, BB, B, CCC, CC, C, D 순서다. 세부 기호가 붙는 등급에서는 같은 범주 안의 차이를 더 나눈다. S&P의 장기 등급에서는 BBB− 이상을 투자등급, BB+ 이하를 투기등급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투자등급’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증이 아니다. ‘투기등급’ 역시 반드시 부도가 난다는 판정은 아니다. 상대적인 신용 위험을 나누는 분류다.
단기 등급은 다른 체계를 사용한다. 따라서 장기 등급의 A와 단기 등급의 A1처럼 비슷해 보이는 기호를 같은 단계로 맞춰 읽을 수는 없다.
재무제표의 숫자만 넣으면 자동으로 나올까?
S&P는 부채 비율, 현금흐름, 유동성 같은 정량 지표와 경쟁력, 산업 환경, 경영 등 정성 요소를 함께 검토한다고 설명한다. 정량 지표는 숫자로 측정하는 항목이고, 정성 요소는 사업 구조와 환경에 대한 판단이다.
같은 부채 금액이라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현금과 만기 일정이 다를 수 있다. 신용평가는 현재 재무상태를 넘어 앞으로 약정된 지급을 감당할 수 있을지 살핀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거 실적 순위와 다르다.
최종 등급도 한 개 재무비율의 자동 산출값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평가 방법론과 분석, 위원회의 판단이 포함된다. 평가사 사이에 등급 차이가 생길 수 있는 배경 역시 가정과 판단이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적’이 붙으면 등급이 바뀌지 않을까?
등급 뒤의 긍정적·안정적·부정적은 등급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 설명에서 전망은 중기적으로 등급이 어느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나타내는 보조 지표다.
| 표현 | 무엇을 뜻할까? |
|---|---|
| 신용등급 | 현재 부여된 신용 위험 평가 |
| 긍정적·안정적·부정적 전망 | 중기적인 등급 변화 방향에 대한 의견 |
| 상향·하향·미확정 검토 | 신용상태 변화로 등급 변경 검토에 착수했다는 표시 |
표 근거: 한국신용평가, 기업신용평가와 Outlook·Watchlist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과 등급 자체가 내려간 것은 같은 발표가 아니다. 안정적 전망도 앞으로 변화가 절대 없다는 약속은 아니다.
Watchlist는 변화 요인이 발생해 등급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표시다. 한국신용평가는 상향검토, 하향검토, 미확정검토로 방향을 나눈다. 전망과 감시 대상 지정은 현재 등급에 추가 정보를 주지만, 이미 변경된 새 등급 자체는 아니다.
같은 AAA라도 나라가 다르면 같은 의미일까?
평가 체계에는 국제 척도와 국가·지역 내 척도가 있다. S&P는 국가 척도의 등급을 해당 국가 안에서의 상대적인 신용 순서로 설명하며, 국가 간에 그대로 비교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비교 범위가 다른데 글자만 같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국가 내 최고 등급이라는 사실만으로 국제 척도에서도 같은 등급이라고 바꿔 말할 수 없다.
이는 신용평가사 이름뿐 아니라 어떤 척도의 어떤 채무를 평가한 결과인지가 중요한 이유다. 글자 몇 개가 같아도 평가 대상과 비교 집단은 달라질 수 있다.
부도가 날 가능성과 부도 뒤 돌려받을 금액
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라도 상환 순위나 담보가 다르면 문제가 생겼을 때 회수할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S&P의 신용평가 안내서는 개별 채무를 평가할 때 발행자의 신용도에 더해 채무 조건, 상환 순위, 보증과 담보 등의 보호 장치를 살핀다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과 ‘그런 일이 생긴 뒤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는가’라는 두 질문이 있다. S&P는 회수 전망을 별도의 회수등급으로 평가하고, 개별 채권 등급을 발행자 등급보다 높이거나 낮추는 데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업등급만 알면 그 회사의 모든 채권 등급도 안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의 지급 능력과 특정 채권자가 가진 권리는 연결되지만 동일하지 않다.
등급표와 과거 부도율표는 같은 자료일까?
S&P는 신용등급을 특정 회사의 정확한 부도 확률을 수치로 보증하는 값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상대적인 신용 위험에 대한 의견이라는 것이 공식 안내의 구분이다.
이와 별도로 평가사는 과거 등급별 부도와 등급 이동을 추적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등급 이동은 일정 기간에 등급이 올라가거나 내려간 변화를 뜻한다. 현재의 평가 의견과 과거 집단에서 실제 관찰한 결과를 나누어 비교하는 것이다.
과거의 집단 통계를 특정 회사의 확정된 미래로 바꾸어 읽을 수는 없다. 해당 연구의 기간·대상과 현재 채무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라는 기호와 그 등급의 과거 성과 자료는 서로 보완하지만 같은 정보는 아니다.
등급은 무엇을 알려주지 않을까?
미국 SEC의 투자자 안내는 신용등급이 시장가격 변동이나 유동성 위험을 모두 반영하지 않으며,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높은 등급의 채권도 가격이 하락하거나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평가사의 사업 구조에도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 SEC는 발행자가 평가 수수료를 내는 구조와 투자자가 구독료를 내는 구조 모두에서 이해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모든 평가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지만, 평가 의견을 확정된 미래 사실로 취급할 수 없는 배경이다.
기업 신용등급은 상환 능력을 비교하기 위한 정보다. 기업의 모든 위험을 한 번에 보증하는 인증서나 주식 매수 점수는 아니다. 등급·전망·평가 대상·평가 척도를 나누면 AAA라는 짧은 기호가 전달하는 정보의 범위도 분명해진다.
참고자료
- 국내 기업등급·전망·감시: 한국신용평가, 기업신용평가
- 장단기 평가 구분: 한국신용평가, 통합 FAQ
- 평가 방법과 분류: S&P Global Ratings, Understanding Credit Ratings
- 국가별 척도: S&P Global Ratings, National & Regional Scale Credit Ratings
- 보장·가격·이해상충의 한계: SEC Investor.gov, The ABCs of Credit Ratings
- 회수 가능성과 등급 이동 연구: S&P Global Ratings, Guide to Credit Rating Essentials, 2024판, 4·10·11·14쪽.